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보는 사회
우리나라에서 조선족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인 사건같은 흉악 범죄를 일으키면 당장 많은 언론에서는 외국인 범죄 사건을 집중 조명한다. 외국인이 일으키는 범죄의 비율은 국내인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여전히 보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텃세가 있는 탓이다. (텃세는 동물의 본능이라고 하니...여전히 인간의 내면에는 동물의 본성이 꽤 많이 살아 숨쉰다. 가만히 보면 정치적 이데올로기도 동물의 본성에 기반을 둔 것이 많은 것 같다.)
몇 년 전 미국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총기 난사로 수 십명을 무차별 살해하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아무 상관도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긴장을 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에...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그런 사건이 발생했으면 우리는 당장 외국인 유학생 함부로 받으면 안 된다는 뉴스가 도배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한국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정신병적인 이상한 사람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한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조성하지는 않았다. 사실 범죄에서 '국적'이 중요한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계급은 어떤가?
어제 비정상회담(내가 요즈음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다)을 보다가 타일러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모든 사건이 일어나면 자꾸 계급적으로 보려고 한다는... 예를 들어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해도 미국에서는 똘끼 있는 비정상적인 인간 - 그런데 알고 보니 돈이 많은 - 이 저지른 '개인적인 사건'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배집단이 자신들의 특권을 이용해서 벌이는 계급적인 사건'으로 본다고 했다. 부자와 빈자, 권력을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문제로 환원해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긴 영화 '국제시장'이 인기를 얻자, 기성세대의 정치적 무책임을 희석하며 현재의 정권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난무했다. 감독은 그냥 한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으로 봐 달라고 하는데도...
한국의 역사적인, 정치적인 배경이 그리고 지금의 팍팍한 삶이 자꾸 모든 것을 계급적으로 보려는 현상을 만들어낸 것 같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이 자본주의 사회가 안 된 것이 이상하고, 한국이 공산주의 사회가 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했단다. 국민들의 정서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일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조세가 정당하고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특권이라는 것이 사라지고, 부정부패가 없어진다면 지금처럼 모든 현상을 정치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좀 완화되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최근 뇌물 2천만원 받은 판사가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는데, 사채업자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우리나라 판사는 몇 년형을 받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아, 정말 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