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교사가 보수적인 이유

사회선생 2014. 10. 8. 09:49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교사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는 보수적인 집단이라고. 과연 그런가? 적어도 학생 지도의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보수는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틀'을 중시한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를 분석하고 현재의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그에 반해 진보는 '결함 투성이인 현재의 틀'을 깨고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길'로 가 보자고 한다. (둘 다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우리 사회는 맨날 나만 옳다고 싸운다. 참 씁쓸한 일이다. 아무튼.)

 교사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에,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학습한 것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것은 '검증'의 과정을 거쳤으며 '확률적으로 비교적 안전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자체가 보수적인 사고 아닌가? 이 길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 아무도 가 보지 못한 새로운 길로 가 보자고 하기 힘들다. 학생의 인생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적이 우수하고 똘똘한 학생이 "선생님, 대학이 꼭 필요한가요? 저는 학벌따위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 제가 스스로 한 번 만들어보겠어요."라고 할 때, "그래, 네 말이 맞다. 멋지게 네 인생 네 길대로 한 번 가 보자!"고 용기를 줄 자신이 솔직히 나도 없다. 마음 속으로는 맞다고, 네가 새로운 길을 열어보라고, 충분히 멋지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만 할 뿐 결국 이런 말로 설득하려 할 것 같다. "그래도... 대학에 가 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교사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직업의 특성상 '안전한 길'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담임 교사로서 학생들의 입시 지도를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하나! 오랫동안 학생들과 교사의 숙원(?)이었던 교복 디자인 교체가 이루어질 모양이다. 오랫 동안 우리 학교의 상징이었던 자주색의 더블버튼 쟈켓은 몸매를 더 뚱뚱해 보이게 하고, 통치마는 맵시가 없다며 학교 선택의 시대에 교복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교복 디자인을 바꾸게 된 것이다. 몇 년 동안 참으로 말이 많았다. 드디어 바뀌나보다. 오늘 이제 두 가지 디자인 중에서 고르면 된다고 회의실에 걸어 놓았다. 투표를 해 달란다. 뭔가 색도 디자인도 파격적으로 세련되고, 예쁘게 변화될 줄 알았는데.... 그냥 자주색 쟈켓에 허리 라인 살짝 들어간 정도이고 치마는 주름이 잡힌 정도이다. 다들 한마디씩 하는 말, "바뀐거야?" "아이고, 의미없다." 역시 큰 변화를 싫어하는 - 혹은 두려워하는 -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