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타로 카드 소녀

사회선생 2014. 9. 5. 15:30

 C는 내 수업 시간에 시종일관 잠을 자는 유일한 아이이다. 대부분 잠을 자는 학생의 경우 졸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교사가 말을 하면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액션을 취하는데 C는 깨워도 잠깐동안 무표정하게 앉아있다가 다시 잠든다. 그 무표정도 잠에 취해서 정신 못 차리는 얼굴이다. 아무리 봐도 훈계나 상담보다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학생 같아서 유일하게 내가 열외로 두고 - 깨우지 않고 - 수업을 하는 아이이다. 아이들도 C는 밥도 안 먹고 자는 아이이니 깨우지 말라고 내게 말했다. 세상에! 밥도 안 먹고 잔다니... 심각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성적은 최하 그룹이 아니다.

 수업 시간에 들어가면 늘 눈에 띄었고, 'C 오늘 밥은 먹었니?'로 시작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이들의 제보(?)로 C가 타로점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C가 잠을 자지 않고 무엇인가를 하고, 아이들과 대화하며 떠드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C를 깨워 타로 카드를 가지고 와서 수업 시간에 우리들의 타로점을 한 번 봐 달라고 했다. C의 짝이 내게 '선생님, 제가 다음 시간 전날에 꼭 문자로 타로 카드 가지고 오라고 문자 남겨서 꼭 가지게 오게 할게요. 그러지 않으면 또 잊어버려요.' 그 말을 하고 있을 때조차 C의 표정은 비몽사몽이었다. 아이들은 벌써 신났다.

 오늘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의 외침. "선생님, C가 타로 카드 가지고 왔어요." 난 그럼 오늘은 우리 C에게 미래 상담을 받아보자고 하고 상담받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몇몇 아이들에게 타로 카드를 펼쳐놓으며 고르라고 하고, 이를 설명해주는 C의 표정이나 말투는 정말 진지했고 제법 전문가의 포스가 풍겼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내가 공부를 잘 하고 있는건지 좀 봐 줘." 하고 C 앞에 앉았다. "선생님, 왜 공부를 시작하셨어요? 누군가를 부러워하셨군요. 이미 선생님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왜 그게 부러우셨을까요? " 나보다 어른같이 느껴졌다. 타로 카드를 하나하나 펼치며 설명해주는 신중하고 진지한 말투와 표정, 압도하는 눈빛이 제법이다. "그래, 난 똑똑한 사람들 보면 부러웠어. 어떻게 저렇게 글을 잘 쓸까? 어떻게 이런 문제를 저렇게 생각할까? 난 그런게 너무 부러워서 나도 공부하면 그렇게 될까 하고 시작한거야."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그러자 C는 내게 말했다. "음... 선생님은 별로 주변에 신경쓰지 않는 MY WAY  스타일이에요. 공부하다가 위기도 올거에요. 하지만 힘든 일이 있어도 결국 꿋꿋하게 버텨나가서 목적한 바를 이룰거에요." 

 난 그런 C에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고, 얘가 어떤 것에 빠지면 정말 매우 깊이 제대로 공부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친구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밀당을 하며 상담을 해 주는 모습에서 저런 직업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을 타로점 따위로 날렸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C를 재발견했고, 서로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었으며,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 반의 분위기는 좋아졌고, 유일하게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수업(?)에 집중했던 시간이 되었다. 평소에 절대로 웃지 않는 한 아이조차도 대인관계를 고민하며 C 앞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며 교사들이 보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해결해 주지 못하는 학생들의 고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교실을 나오며 이야기했다. "얘들아, 타로는 타로일 뿐!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자기 최면은 걸지 마. 인간의 심리란 경계가 모호하고 복잡해서 어느 부분을 건드려도 결국 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어. 우리들만의 비밀과 추억으로 간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