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폭력 사건을 보며
군대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또 발생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또 보도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다. 얼마나 많은 군대 폭력이 지금도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아직 죽지 않았을 뿐, 죽을 만큼 맞거나 죽고 싶을 만큼 폭행과 모욕을 당하는 이들이 지금도 구석구석 어디선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누가 군대에 가려 하겠으며, 군대에서 그런 꼴을 당하고 보는 이들은 군대 와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억울하고 분할까? 또 그런 곳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윤일병의 사망 뉴스를 보니 그 폭력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밝혀진 것에 고마워해야 하나. 폭력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는 시신의 상태가 끔찍하고 처참하다. 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수용하긴 힘들지만 남성들이 툭하면 여성도 군대가라고 억울해할만하다.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우리네 사회에서는 군대는 정상적인 사회와은 다른 아주 '이상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곳' 이니까... 폭력은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일정 수준(?) 허용되고, 위계는 합리성과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중시되며, 군대 내의 어떤 행위도 군사 비밀이라는 이유로 튼튼히 보호받는다. 조직적으로 은폐되기 딱 좋은 구조이다. 게다가 그 안에서는 물리적 남성성과 계급장만 살아 숨쉰다. 혈기 왕성한 남성들이 함께 먹고 함께 자니 집단의 틀 안에서 적응력이 좀 떨어지는 순진무구하고 어리바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 폭력에 시달리기 딱 좋다.(?)
군대를 폄하하려는 생각은 없다. 모든 군인들을 비난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우리네 폭력적 군대 문화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군대의 기강은 엄격히 잡되, 폭력은 없애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폭력 없이 기강을 잡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가? (학생들의 기강을 체벌로 잡아야 한다는 논리와 흡사한데, 물리적 힘으로 잡는 기강은 반드시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한다. 폭력의 해악이야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가?)
폭력에 관대한 사회라서 군대 내 폭력이 암묵적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 폭력적 군대 문화가 사회에 만연하여 폭력에 관대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떤 물리적 폭력도 지양해야 한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의 시작과 끝이다. (덧붙여 난 동물에 대한 물리적 폭력도 참을 수 없다. 생명의 존엄성의 시작과 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