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합숙 연수 싫다.

사회선생 2014. 7. 3. 09:19

난 군대에서도 내무반이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하루 종일 빡세게 훈련시킨 후에 잠자리만큼은 칸막이라도 된 공간에서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즉 사적 공간이 작게라도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격한 위계와 모든 것이 오픈된 군대 내무반 생활은 정말 힘들 것 같다. 인간리모콘까지 되어야 하는 이등병의 설움과 어리버리한 일등병이 왕따가 되는 일이 가능하다. (그것도 훈련이라는 미명하에) 인격 모독과 막말이 난무하고 그 과정에서 가끔 사회성 부족한 인간이나 충동 조절 장애를 가진 인간이 수류탄 터뜨리고, 총기 난사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흔히 직장에서 가족같은 분위기를 - 주로 관리자들이 - 강조하곤 한다. 그들이 말하는 가족같은 분위기는 단결심, 온정주의, 편안함 등을 내포하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 직장의 본질적 속성상 이와 같은 분위기는 - 관료제 하에서는 -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상급 관리자가 "내가 부모같은 마음으로 하는 말인데.... " 이런 류의 훈계는 씨도 먹히지 않는다. 그럼 아마 신입사원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진짜 엄마에게 하듯이 막 해 봐요? 그럼 진짜 피곤해 질 사람은 내가 아닐텐데...' (엄마에게는 땡깡도 부리고, 투정도 부리고, 할 말 다 하지 않는가?)  

 엄마가 " 야, 너 치마 길이가 왜 이렇게 짧아. 다리도 못 생긴 게... 그렇게 짧게 입는다고 이쁜 줄 알아? 좀 길게 입어!" 라고 말한다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며 분노하지는 않는다. 대충 "에이, 뭐 어때? 요즘은 다 짧게 입는다고... 엄마는 괜히... 이 정도 다리면 됐지 뭐!" 이 정도 반응으로 끝나고 둘 사이의 관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직장 상사가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해 보자. 결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절대로 직장은 직장이고, 상사는 상사고, 업무 외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데 자꾸 합숙 연수를 하려고 한다. 힐링이 목적이라나? 대다수의 교사들은 장담컨대 절대로 직장에서의 합숙을 좋아하지 않는다. 절대로 힐링이 되지 않는다. 직장은 어디까지나 일터이고, 위계가 분명하고, 그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같이 하룻밤 잔다고 친해질까? 가기 싫은 연수에 가서?  설문조사 한 번 해 보시라.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려면 적절히 사적 생활 영역을 존중해주면 된다. "교장님 제가 아이가 아파서..." "아, 네? 그럼 얼른 가 보셔야죠."   그러나 이렇게 운영하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닌가? 차라리 업무 중심으로 처리하고, 직업 윤리 중심으로 훈계하고, 퇴근 시간 이후는 자유롭게 놔 주길. 아무리 봐도 절대로 합숙은 아니다. 합숙은 득보다 실이 많다. 하룻밤 비싼 돈 들여 가며 멀리서 재워 줘 봐야 밤새 관리자 욕이나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은데...꼭 돈들여 힐링을 시켜주고 싶다면 그냥 근처에서 맛있는거 한 번 먹여주시고,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편히 쉬세요." 하는게 직장에 대한 애정을 더 갖게 하는 것인데... 도대체 직장에서 합숙까지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