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아, 골치 아프고 신경 쓰여

사회선생 2014. 6. 28. 09:25

'카톡을 안 하셔서 문자로 따로 보냅니다.', '선생님 교정 중인데요, 이 부분 좀 빨리 봐 주세요.',  '야, 너만 카톡방에 없어서 매번 따로 연락해야 하잖아. 그냥 스마트폰 사라. 제발'

 대학원 동기부터 출판사 직원, 친구의 투덜거림까지 늘 스마트폰에 대한 압박이 있었지만 정말 스마트폰을 갖고 싶지 않았다. 원치 않는 인간 관계의 확산이 피곤했고, 쓸데 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으며, 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인간들의 모습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만 가지고도 완벽히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은데 - 가끔 별 것도 아닌 기사 따위를 읽으며 시간 죽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한심해진다. - 거기에 스마트폰까지!!  하지만 결국 항복했다. 의사 소통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탓에 '원고 사고'가 한 번 발생했는데, 그 일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손바닥만한 이놈의 물건이 도착한 후부터 정말 골치 아프고 신경 쓰인다. 뭔 기능이 이리 많은지, 하나씩 눌러보고 살펴 보는 것도 일이다. 옆에 앉은 동료 교사의 도움으로 - 미안하오, 서선생! - 기본 구동도 하고 카톡도 깔았는데, 아니 이건 또 뭐야? 난 아직 가족들 외에는 전화번호 하나 입력하지도 않았는데, 저녁에 들어와서 스마트폰을 다시 열어보니 카톡 친구 목록에 180 여개나 친구추천이 뜨더니 카톡 문자들이 쇄도해 있다. '드뎌 스맛폰의 세계로 왔구나'는 친구의 축약된 문자 언어, '반가워요. 잘 계시죠?'라고 하는 소식 끊어졌던 옛 동료의 문자... 아, 난 아직 자판도 익숙치 않은데... 이거 참 일일이 답을 안 하자니 미안하고, 답을 하자니 손가락에 쥐 나고 스트레스다. 아마 그들은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듯, '왜 그리 무성의하게 답을 해?' 근데, 이해들 하시길, 컴퓨터같지 않아서 - 한타와 영타는 매우 빠른 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자판은 익숙치 않다 - 단어 하나 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감각적인 문자용 언어와도 거리가 먼 편이다. 원래 성격이 다정다감한 편도 아니니... 내가 계속 '응, 아니' 식의 답문을 보내자, 내 친구가 조언한다."야, 너 진짜 무성의해 보여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해받기 딱 좋거든. 이모티콘을 하나씩 붙여서 답을 해." 난 또 멘붕. 문자 언어 세계에서 그들이 정해놓은 또 다른 언어 규칙(?)이 있나보다. 그나저나 이모티콘은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데? 아, 정말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