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은 이제 그만!
각 학교에서 학년별로 시행하는 단체 수학 여행은 이제 폐지할 때가 되었다. '수학(修學)'의 의미도 퇴색되었고, '지나치게 규모가 큰 단체'이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경우, 그 피해가 너무 크다. 또한 과거와 달리 수학여행이 아니면 여행을 가기 힘든 시대가 아니다.
현재의 수학 여행은 교육 효과 대비 개인적, 사회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한 학년이 단체로 움직이는 대규모 여행이다 보니 - 심지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조차도 - 가고 싶지 않아도 갈 수밖에 없고, 제대로 설명 들으면서 움직이기도 힘들다. 그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는데 어떻게 질 높은 교육 여행이 될 수 있겠는가? 그냥 유적지에서는 눈도장 찍고 버스 타면 자고, 밤에 자신들끼리 밤새워 논다. 물론 그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하겠지만, 그런 즐거움을 위해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데리고' 여행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기차 사고, 교통 사고, 단체 식중독 등 사실 소소하게(?) 수학 여행 관련 사고는 늘 존재해 왔다. 심지어 숙박업자들과 학교 간의 불법거래와 리베이트 문제까지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나? 솔직히 단체 여행지의 숙소나 급식 수준은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경주나 제주도 한 번 가기가 힘든 학생들이 대부분이니 그렇게라도 해서 한 번 데리고 가서 놀게(?) 해 주는 것이 의미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 그런가?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최근에는 학교들이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이 역시 찬성하기 힘들다.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 단체 여행은 희망자에 한 해 내실 있는 소규모 현장 체험 학습 프로그램으로 운영해야 한다. 방학 중에 경주든, 제주도든 테마를 정해 놓고 교사와 전문가가 소수를 이끄는 여행다운 여행이 되어야 한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여행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 숙박업자들과 운수업자들의 타격이 크겠지만 그래도 더 중요한 것이 그들의 이익은 아니지 않은가?
에피소드1. 예전 남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경주 수학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밤중에 방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우리 반 학생 하나가 방에서 크게 다쳐 꼼짝 못한다며 학생들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헤드스핀을 하다가 넘어졌는데 허리를 심하게 다친 것 같다고 했다. 119 불러서 응급실로 가면서 정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얘가 하반신 마비라도 되면 어떻게 하나, 이걸 지금 부모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내가 헤드스핀하지 말라는 말까지 해야 했나... 다행히 병원에서 단순 근육통으로 판정받아 몇 시간 후에 걸어 나왔지만 구급차 안에서 정말 아찔했다.
에피소드 2. 내 동료 교사 중 한 명. 그 반에 너무 가난해서 수학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학생이 있었다. 학생은 가고 싶어하는데 비용이 부담스럽다며 학부모는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초임 교사였던 그는 안스러운 마음에 자신이 개인적으로로 여행비를 부담해 주고 그 학생을 데리고 갔다. 첫 날 그 학생은 경주에서 넘어져 앞니 두 개가 부러졌다. 그 교사는 앞니 비용까지 부담할 수는 없었고, 그 학부모에게 1년 내내 원망을 들어야 했다. 그 학생은 한 동안 앞니 없이 학교 생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