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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안락사 (뉴시스 2010.11.28 기사 퍼옴)

사회선생 2010. 11. 29. 08:11

[연평도 피격]어린 '미물'의 죽음에 주민들이 슬퍼하는 까닭
    기사등록 일시 [2010-11-28 17:10:45]    최종수정 일시 [2010-11-28 22:11:39]

  【연평도=뉴시스】서재훈기자 = 서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28일 오후 1시 20분께 연평도 소방지역대 뒷뜰에서 큰개들에게 물려 탈장된 생후 2개월된 얼룩무늬 발바리를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회장이 안락사를 시키고 있다. 동물사랑실천연대 박소연 회장은 연평도에 의료진과 수술장비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안락사를 시킬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jhseo@newsis.com 2010-11-28

【연평도=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28일 오전 북한군의 포격소리는 연평면사무소의 긴급대피 방송소리보다 희미했다.

포격은 서해 북방한계선 너머, 그 어딘가에서 시작됐다고 군당국은 긴박하게 전했다. 소리의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이들에게 포격은 뜬구름 같았다.

주민들과 기자들은 오전 11시15분께 울린 대피방송에 떠밀려 일제히 연평초등학교 대피소로 밀려갔다.

대피소내 인원은 삽시간에 100여명으로 불어났다. 한 사람이라도 더 들여보내기 위해 군인들의 통제에 따라 서로의 육체를 밀착시켰다.

여성 3명이 서로 껴안듯 모여앉아서 기도를 올렸다. 기도를 드리는 대상이 예수인지, 부처인지는 불분명 했지만 살아있는 생물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비좁은 공간 속에서 온기처럼 퍼졌다.

오전 11시45분께 최두규 해경 연평파출소장이 대피소에 들어와 "현재 북한쪽 포문이 열려 있어 군대에서 전투태세에 돌입했다"고 설명했을 때 주민들의 얼굴이 심하게 흔들렸다. 취재에 열을 올리던 젊은 기자들의 얼굴에도 일순 공포가 엄습했다.

공포는 5분여 뒤 군당국이 긴급대피령을 해제하자 일시에 해소됐다.

대피소를 나선 주민들은 집으로 들어갔고, 공병들은 공사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자들이 그 모습을 좇아 다시 취재에 열을 올렸다.

그 사이 주인잃은 개 한마리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생후 2개월 밖에 안된 어린 놈이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포성이 가신 오후 1시20분께 인천 중부소방서 연평119지역대 뒤뜰에서 큰 개 여러 마리가 얼룩무늬 발바리 한 마리를 함부로 물어뜯었다.

주민들이 서둘러 큰 개들을 쫓아냈다고 하지만 강아지는 이미 복부 왼쪽이 찢어져 내장이 드러나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어른 개들이 세상에 나온 지 60여일 밖에 안 된 어린 것을 왜 물어뜯었는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소식을 듣고 찾아간 박소연(39)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장은 개들 간 서열경쟁이 이 강아지를 사경으로 몰고 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300~400마리에 달하는 대연평도의 개들 중 서열이 높은 개들은 사람이 있는 연평초 부근에 모여 있고, 서열이 낮은 개들은 연평초로 접근하지 못한 채 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였다.

박 회장은 수건으로 상처부위를 덮은 뒤 강아지에게 소주를 먹였다. 안락사를 시킬 마취제가 없어서였다. 어린 강아지는 술에 취한 듯 이내 숨을 거뒀다.

거짓말처럼 이 장면을 지켜보던 동네 누렁이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시신을 핥았다. 누렁이 역시 오른 다리에 포탄 파편을 맞아 절룩이고 있었다.

연평도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누구라도 이날 어린 미물의 죽음을 아파했다. 마치 생후 2개월 된 어린 것이 사람들의 죽음을 대신한 것처럼.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