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라는 파리떼보다 무서운건
아무리 잘난척 하는 인간이라도 동물이나 곤충이 무리져서 다니는걸 보면 공포감이 든다. 일주일 전쯤, 테라스의 하얀 벽에 처음보는 이상한 벌레떼가 까맣게 붙어 있는걸 보고 식겁했다. 이게 뭐지? 궁금해서 사진을 찍어 아파트 주민 게시판에 올렸더니 검정날개버섯파리라는 파리 종류란다. 다른 집도 사정이 우리 집과 비슷한거 같았다. 사전을 찾아봤더니 습하면 생기는 외래종이이고 햇볕 나고 건조해지면 사라지는 익충이라고 해서 장마철이라 갑자기 많아졌나보다 곧 없어지겠지 그랬다.
하지만 개체수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집 안에도 들어와서 천장에 까맣게 붙어 있고, 문틈에는 살다가 제 명 다 해서 죽었는지, 내가 집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뿌려댄 스프레이 모기약 때문에 죽었는지 모를 벌레 사체들이 가득했다. 잠깐 테라스에만 나가도 겁도 없이 몸에 달라 붙고... 이 동네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이 벌레도 처음 보고, 벌레떼를 보는 것도 처음이다. 무슨 징조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며 살짝 겁이 났다.
지금 우리 동네는 이 벌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적극적인 방역을 요구하고 있고, 구청에서도 계속 소독차 돌리며 대대적인 방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다고 이 파리들이 사라질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이 말하길, 개체수가 많아서 별로 효과가 없고, 결국 습한 날씨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하니 말이다. 햇볕과 건조한 기후가 가장 좋은 살충제가 될 거라고 한다.
이 파리들의 천적은 뭘까 하고 찾아봤더니 새들과 벌레들이란다. 잠자리나 사마귀, 벌같은 벌레도 얘들의 천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살충제라는건 선별적, 선택적 살충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모든 벌레들을 다 죽일거고, 그럼 결국 가장 내성이 강한 벌레들만 또 살아 남을 텐데, 그건 사마귀나 벌이 아니라 이렇게 왕성하게 개체수를 늘리고 있는 파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익충들은 해충들보다 약에 대한 내성이 훨씬 약하다. 게다가 지금 벌은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 곤충이 아닌가. 그런데 계속 뿌려대는 살충제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서늘해진다.
'침묵의 봄'이 생각난다. DDT의 사용이 결국 모든 곤충의 박멸을 가져왔고, 그 곤충을 먹고 사는 새들마저 사라지게 만들었고, 결국 그 피해는 인간들이 볼 수밖에 없었다는... 1962년도에 미친 소리 취급받으며 레이첼 카슨은 그 책을 썼다. 지금도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제고해야 한다고 누군가 말하면 미친 놈 취급받고 있다. 네가 그 벌레랑 살아봐라 이런 비이성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하지만 대대적인 살충제 살포는 모든 벌레, 이어서 모든 새, 이어서.... 이런 걱정이 된다. 지구온난화로 기후 이변이 이제는 한국에 사는 벌레들의 생태계 질서까지 깨뜨리고 있나보다.
갑자기 얘들이 많아진 이유가 뭘까? 어떻게 대응해야 친환경적으로 대응 가능할까? 정말 궁금한데, 그 답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고, 다들 광분하여 살충제를 잔뜩 뿌려달라고들 외친다. 살충제 싫다는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하면서... 공포감은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 같고,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이 난 검정날개버섯파리보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