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풍같은 사흘
목요일 저녁에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 선제 검사 차원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점심 먹은 A교사의 남편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단다. 그래서 A교사와 함께 점심을 먹은 세 명도 코로나 검사를 받으란다. “A가 음성이면 저희들은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보건선생님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지만, 교감선생님은 원활한 학사 일정 진행을 위해 선제 검사 받기를 원했다. 그 입장이 이해가 돼서 알겠다고 했다.
결국 나도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됐지만 요즈음의 코로나 확산 속도를 보면 결국 시차의 문제일뿐 누구나 검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거라는 예상은 됐다. 하루에 7천명이 넘는다면 언제 어디에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았다. 확진자의 가족, 그 가족의 친구, 그 친구의 지인.... 우리는 모두 사회 생활을 하고 있으며, 한 두 다리만 걸치면 다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금요일 아침 출근 대신,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소에서 8시부터 줄을 섰지만 이미 내 앞에는 서른 명 정도 와 있었다. 9시부터 검사가 시작됐고, 9시 20분쯤 검사를 끝내고 돌아오는데, 그 사이에 줄은 이백 미터 쯤은 돼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닐 법한 아이부터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까지 특정할 수 없는 다수였다. 금요일이지만 수업이 없는 기말고사 기간이어서 마음은 편했다. 수업계 교사는 갑자기 펑크 난 네 명을 메꾸기 위해 시험 시간표 다시 짜느라 고생 좀 했겠지만...
금요일 저녁,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제가 직장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라 코로나 검사를 받았어요. 저희 아이도 같이 받았는데, 음성 나오면 기말고사 보는 데에는 지장 없죠?” 보건선생님에게 확인해 보니 그런 경우에는 음성만 받으면 등교해서 시험 봐도 된단다. 학생의 어머니는 안도했다.
토요일 오후, 검사한 지 30시간 만에 톡으로 음성 통보를 받았다. 검사자 수가 많아서 검사 결과가 늦어진다고 미리 문자가 왔었는데, 이렇게 늦어질 지 몰랐다. 고작 하루였지만 검사하고 결과 나올 때까지 매일 하는 토리 해리 산책도 못 시키고, 외출도 안 하고, 식구들도 못 오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답답하고 지루했다. 보름씩이나 자가 격리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래도 음성이 나와서 편한 마음으로 월요일에 출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후 5시에 담임톡에 심상치 않은 글이 올라왔다. 우리 학교 학생들 중 학원에서 확진자 강사와 밀접 접촉한 학생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이다. 보건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빨리 학생 파악해서 보고해 달라고 했고, 학생들과 연락을 취해서 우리반에도 해당 강사와 수업을 한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당 학생의 어머니와 통화했는데 걱정이었다. “선생님, 저희 아이는 음성 받았어요. 기말고사를 계속 볼 수 있는거죠?”
하지만 확진자와 밀접접촉이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도 자가격리 대상자라 시험을 볼 수 없단다. 단, 예방접종을 한 경우에는 음성이 나오면 48시간마다 코로나 검사하며 출석해서 시험을 볼 수 있단다. 이 이야기를 전달하자 학생은 울고, 학부모는 억울해 했다. 지난 중간고사를 못 봤고, 이번에 열심히 공부해서 만회하고 싶어했던 학생인걸 아는 나로서도 안타까웠다. 교감님에게 전화해서 음성이 나왔으면 별도 교실에서 시험볼 수 있게 해 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보건선생님과 교무부장이 우린 방역에 관한 한 매뉴얼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경우는 있을 수 없단다. 시험과 방역. 둘 매우 예민한 사안인데, 이 둘이 겹쳤다. 이럴 때일수록 매뉴얼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마음이 무거웠다.
일요일 아침, 톡이 미친 듯이 울려댄다. 뭔일인가 봤더니 교무실에 확진자 교사가 발생해서 전교사에게 빨리 검사 받으러 가라는 메시지였다. 어쨌든 한 교무실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평일에 종일 검사를 해도 그 줄이 어마어마한데, 일요일에 반나절만 하는 그 마저 몇 개 없는 검사소를 찾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금요일 검사소 상황을 봤던 나로서는 차라리 미리 한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동료 교사가 6시 30분에 올린 톡이 고단한 하루를 보여줬다. “1시부터 기다리다가 지금 검사받았고요. 5시간 30분 동안 밖에 서 있었더니 없던 병도 걸리겠어요.”
일단 기말고사 중간에 남은 이틀 일정은 연기되고, 월요일은 전면 줌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당장 내일부터 줌으로 수업해야 하는데, 나의 수업 교재와 컴퓨터는 학교에 있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 가지고 올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이 우리 학교만의 일일까? 기말고사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지금 학생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