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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사회선생 2021. 2. 14. 16:31

'사람, 거죽이 늙으니 그냥 거기에 맞춰서 늙은 척 사는거지, 마음은 안 늙어.' 

어디에서 들었는지 생각이 안 나는데, 동의하기 힘들었다. 

나는 마음도 몸 따라 가는거라 마음도 함께 늙는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게는 그랬다.

소설도, 영화도, 드라마도 옛날처럼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아줌마가 되고 보니 소녀의 감수성은 잃어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준 이가 있으니 '박보검'이다. 

소년인듯 청년인듯 경계에 있는 박보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다시 소녀가 되고픈 마음이 들면서 빙구 미소가 흘러나오고 

마음이 마쉬멜로우처럼 말랑말랑해진다. 

 

20년 전쯤, 욘사마를 보기 위해 한국까지 온 일본 아줌마들을 보면서

나이 먹어서 주책이다, 푼수다, 제 정신이 아니다 그랬다.

난 그 때 아줌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데 아줌마가 된 지금, 뒤늦게 일본 아줌마들을 이해하게 됐다.  

 

까칠하고 분석적이고 시니컬해서 영화든 배우든 제대로 되어야 좋아했다. 

영화라면 적어도 영화적인 기발한 상상력을 짜임새 있게 펼쳐나가든가

눈물 한 방울까지 극사실주의의 완벽함을 추구하든가

어쨌든 완성도가 있어야 볼 맛이 났다.

 

배우를 보는 기준도 디테일한 연기력이어서

배우라고 할 만한 사람들만을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지현이나 고소영, 김태희같은 CF 스타를 배우라고 명명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박보검'을 보면서 연기력 없는 배우를 욕했던 것을 깊이 반성한다.

 

박보검이 나오는 드라마는 아무리 유치해도 그냥 박보검 하나로 볼 수 있으며

박보검의 연기가 아무리 어색해도 기꺼이 볼 수 있다. 

박보검의 영화? 지금 '서복'과 '원더랜드'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는데

나의 영화 선택 기준과 무관하게 나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나의 박보검 사랑을 아는 학생들이 질문한다.

"선생님, 선생님은 다시 결혼해도 지금 남편과 할거에요?"

그런 실없는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한다.

"싫어. 다음 생엔 나도 박보검같은 남자랑 한 번 살아봐야지."

난 진심인데, 학생들은 농담으로 받는다. 다행이다. 농담으로 받아서.... 

 

"나, 나중에 박보검 팬 미팅에 한 번 갈까봐." 옆에서 말린다.

"제자들과 그런데서 만나고 싶어? 아줌마들이 너무 좋아하면 박보검 인기 떨어져."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게 만들 순 없지. 그냥 빙구같은 미소는 안방에서만 짓는 걸로!

난 외모지상주의자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