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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범도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사회선생 2021. 1. 19. 12:36

16개월 아기를 잔인한 학대 끝에 사망하게 한 부부가 재판을 받는 날, 관련 기사를 보다가 한 댓글이 눈에 띄었다. '학대 부부의 아버지가 모두 목사라면서요? 그래도 회개하면 천국간다고 설교하겠죠? 이 부부도 회개하면 천국 가는건가요?' 

 

영화 '밀양'이 생각난다. 주인공 신애는 어린 아들을 유괴범의 손에 잃고 만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신애는 종교에 의지하며 슬픔을 헤쳐 나가려 애 쓴다. 용서해야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는 종교적 가르침에 그녀는 신의 힘을 빌어 유괴범을 용서하고자 용기를 내서 감옥으로 찾아간다. 그렇게 만난 유괴 살인범은 피폐해진 신애의 얼굴보다 훨씬 편안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 유괴 살인범은 확신에 차서 신애에게 말한다. 신 앞에서 회개했고, 구원받았다고....  

 

정말 궁금해진다. 그 부부도 믿고 회개하면 천국갈까? 역설적이지만 자신을 단죄할 수 있는 존재가 절대신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면 못할 짓이 없다. 종교는 법보다 엄격한 잣대로 세상을 규율하는데 한편으로는 세상의 죄 따위는 신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어떤 범죄자도 믿고 회개하면 천국간다니까... 

 

아무리 인간이 우주 삼라 만상의 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이며, 인간의 행위가 신 앞에서는 하루살이의 날갯질만 못한 것이라도 해도 그 인간에게는 삶 자체가 우주이건만... 우리의 삶은 참 부조리하다. 종교는 그 부조리함의 간극을 메꿔 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것 같다. 모든 삼라만상에는 절대자인 신의 뜻이 있다고 퉁치기도 하고 - 신의 뜻은 너무 위대해서 우리같은 인간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냥 믿고 순응하고 복종하면 된다.- 내세관을 앞세워 내세에서는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런데 그런 학대범이 용서받고 천국간다면 억울하다. 정말 신의 뜻이 궁금하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들에게 뭐라고 할까? 회개하면 용서한다고 할까? 천국에서 만나자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