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를 보며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는 어떤지 보는 것도 재밌고, 남의 동네 다른 사람 집 구경하는 맛도 꽤 쏠쏠하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서울에서의 생활만 포기하면 남부럽지 않은 저택에서 큰 개도 키우고, 아무 때에나 피아노 치고, 매일 손님들 불러서 홈파티를 해도 남들이 뭐라 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광지의 풀빌라처럼 경치 좋은 테라스에 편백나무 욕조가 있질 않나, 백 여 평의 잔디 마당에 수십년은 넘었음직한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지 않나,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대저택인데 매매가가 5억이란다. 서울 강남은 차치하고, 강북 변두리 동네 34평 전세 가격 수준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강북도 아닌 강남의 20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지언정 시골의 대저택을 선택하지 않는다.
강남의 집값이 비싼 이유는 자녀 교육과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며, '강남 주민'이라는 지위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즉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만큼 시장 원리에 민감하게 반영되는 곳도 없었다는 사실을 '구해줘 홈즈를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집의 가치는 지역에 있다는 사실도...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은퇴하면 저런 집에서 살아야지. 지금이야 직장과 아이들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살지만..."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나이 들면 밥 해 먹는 것도, 청소도 더 귀찮아진다. 도우미라도 몇 거느리고 사는 수준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중산층의 노부부에게 큰 집은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나이들수록 기운 없고, 아픈 데 많아지는건 생명체의 숙명 아닌가? 나이들수록 치안 좋고, 마트와 병원 가까운 곳에서 사는게 편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강남의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서울의 아파트에서 복작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은퇴해도 시골의 저택으로 들어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해줘 홈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런 국민의 심리를 비정상이라고 간주하고 부동산 정책에 접근했으니 망할 수밖에... 그냥 비싸게 살 사람은 비싸게 살든지 말든지. 없이 사는 사람들이 살만한 집을 지어주는 정책으로 접근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