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직업학교를 권할까, 말까?

사회선생 2020. 10. 22. 08:45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대학 진학을 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안 하겠다가 아니라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 경우 그냥 학교에 적당히 머물며 졸업장이나 따겠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직업 위탁 교육이라도 받아 취업 준비라고 하겠다는 학생들이 있다. 후자는 훨씬 더 생산적이다. 직업 학교에 다니면 학비 부담 없이 학적을 두 군데에 두고 실질적으로는 직업 학교에 등교하면서 자격증을 따고 기능 교육을 받은 후 인문계 고등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용, 컴퓨터, 실용음악, 인테리어 등 분야도 다양하다. 2학년 2학기가 되면 직업 학교에서 학생들을 모집한다.

담임교사로서 갈등이 된다. 몇몇 학생들을 불러서 직업학교를 생각해 보라고 권할까, 말까 고민되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이 무의미해 보이는 병풍같은 아이들이 있다. 늦게 오고, 자고, 성적은 8등급 9등급 받고, 수업에는 흥미가 하나도 없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을 보면 몸과 머리를 같이 움직이게 하며 기술이라도 배우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상담한답시고 공연히 직업 학교를 권했다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역공을 받을 수도 있다. "저희 아이 대학 가려고 마음 먹고 있는데 왜 쓸데없는 이야기해서 아이를 흔드세요? 저희 아이는 대학 갈거에요." 민원이 만개한 사회이다. 교사가 공격받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사회이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회에서 나 역시 매우 소극적으로 상담을 할 수밖에 없다. 진심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현상들을 너무나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