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교사집단이라고 다를까요?

사회선생 2020. 10. 5. 13:40

한 지인 교사가 내게 문자를 보내왔다. "교사들은 다를 줄 알았는데, 이것 좀 보세요. 댓글 수준이... 너무 실망스러워요.우리 아이만도 못한거 같아요."

 

그가 보여준 것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기견을 포획한 공무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청원글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내용인즉, 어느 아파트 단지 내의 나대지에 유기견이 있었고, 자신의 사유지에 유기견이 왔다 갔다 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주인이 올가미를 설치했다. 그 올가미에 걸린 유기견은 앞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후 신고받고 출동한 담당자에 의해 포획됐다. 그런데 그 담당자는 뜰채로 개를 덮어 씌우더니 콘크리트 바닥 위로 개를 질질 끌고 갔다.  

이에 대해 동네 주민 몇몇이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하자 변명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올가미를 이용해서 개를 잡은 것을 두둔할 뿐만 아니라 잡힌 개를 뜰채로 바닥에 질질 끌고 간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민원인의 동물 사랑을 비아냥거리며 법대로 하라고 되려 큰 소리를 쳤다. 민원인은 이 녹취를 근거로 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청했고,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명백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며 담당 공무원의 시정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린거다. 

 

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 지인은 자신이 가입돼 있는 교사 단체의 카페에 그 청원을 공유했고, 자신의 예상과 다른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당황했다. "공무원이 무슨 죄?" "힘들게 공부해서 공무원 됐는데 유기견까지 잡아야 돼? 불쌍한 공무원" "올가미로 잡은 게 왜 문제?" "유기견을 어떻게 잡든 잡으면 되는거 아니야?" "그깟 유기견 한마리 때문에 왜 공무원이 욕 먹어야 돼?"   

 

나는 그 지인에게 질문했다. "선생님, 교사 집단이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해요? 아님 더 생명감수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교사 집단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더 우월한 점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성인 집단과 똑같아요. 오히려 훨씬 보수적이고 아집이 셀걸요. 자기 중심적으로 일을 하는 방식에서 오는 특성이죠." 솔직한 나의 생각이다. 나는 교사 집단이 다른 직업군을 가진 집단에 비해 뛰어난 점을 찾지 못하겠다. 학생들을 잘 안다고? 그건 우월한 점이 아니라 직업적 특성일 뿐이다. 도배하는 사람이 도배 잘 하는 건 당연한거지 우월한 점이 아니다. 

 

교사 집단은 그냥 우리나라 성인 집단 중 하나일 뿐이다. 전체 성인집단을 모집단으로 해서 차이점을 찾는다면 대졸자 이상이라는 정도? 그런데 대졸이라는 학벌은 인성에는 별로 변수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성은 가정교육이라는 변수가 훨씬 더 크게 작용할거다. 교사 집단이라고 동물에 대한 생명 감수성이 높을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자신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무원과 일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지인 교사에게 말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학생들만 못할거에요. 학생들은 오히려 그렇게 잡은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하며 개의 고통과 자신의 감정을 일체화시킬 가능성이 높죠. 학생들의 그런 정서를 교사들이 해치지만 않아도 저는 좋겠어요." 나의 냉소적인 답변에 그 지인 교사는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희망적인건 학생들은 변하고 있고, 반려인들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전체 동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래도 동물에 감정 이입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와 같은 생명감수성은 인성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며, 좀 더 적극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왜 그런 불편하고 쓸데없는 것을 가르쳐야 한냐고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