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낚시와 곤충채집

사회선생 2020. 6. 17. 23:44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손맛을 잊지 못해 그 쾌감으로 낚시를 한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남아있는 사냥 본능이 꿈틀거리나보다. 살아있는 생명이 끝까지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그 힘을 손 맛이라고 표현하며 즐기는 것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종 보존을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손 맛이라는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생명을 죽이는 오락이라니...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발끈하겠지만 문명의 발달이 야만과 폭력에 저항하는 도덕성의 발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동물의 고통을 즐기는 스포츠는 전근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냥과 낚시의 차이는 죽이는 대상이 다를 뿐, 인간의 쾌감을 위해 동물을 죽인다는 속성에서는 같다. 그리고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곤충채집도 그렇다. 요즘도 그런 원시적인 숙제를 내 주는 교사가 있나보다. 아이들이 채를 들고 다니며 그 귀한 - 요즘은 나비나 잠자리 보기도 힘들다 - 곤충들을 잡으러 다닌다. 곤충 죽이기 과제의 다름이 아니다. 곤충의 다리가 몇 개인지, 더듬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얼마든지 좋은 영상 자료들이 있다. 그런데 왜 꼭 잡아서 확인해야 하는가? 굳이 동물을 직접 잡아 그들에게 고통을 주면서 확인시킬 필요는 없다. 아이들의 생명 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건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로서 매우 좋은 인성 교육이 될 수 있다. 잠자리의 고통에도 신경 쓰는 아이가 내 짝꿍의 고통을 모를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흉부외과의는 자신이 심장 수술 전문이 된 이유가 수술실에서 심장에 손을 대 보고 느껴지는 힘 때문이었다고 했다. 손 끝으로 느껴지는 힘찬 심장 고동이 감동적이어서 심장 수술 전문의가 됐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손맛이 경외감으로 느껴지는데 누군가에겐 손맛이 죽여야 할 대상으로 느껴진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어떤 생명의 살고자 하는 욕구, 꿈틀거림을 우리는 어떻게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한가?  

물고기가 동물이 인간의 오락에 이용되는 것은 피차에게 좋을 수 없다. 채널을 돌리다가 목격한 낚시 프로그램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너무 큰 물고기를 잡으면 난 경외감이 들며 무서울거 같은데... 전리품처럼 그걸 들어올리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힘이 넘친다고, 저렇게 힘 센 놈을 내가 잡았다고 자랑하고 있는걸 보고 있자니 원시인들이 힘자랑 하는 것도 아니고....

생선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손맛을 위해 죽이는 행위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어부들이 손맛을 위해 생선을 잡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들은 생계를 위해 생선을 잡는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그들을 먹어야 한다면, 그들보다 더 좋은 머리를 이용해 고통없이 물고기를, 동물을 죽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