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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가 환경미화원이 되려는 이유

사회선생 2013. 10. 28. 21:48

 얼마 전 마포구에서 환경미화원을 공개 채용했단다. 16명 모집에 82명이 응시했고, 전체 응시자 중 25명, 즉 30%가 대졸자였단다. 그런데 신문에 난 분석이 웃긴다. '사회전반적으로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니... 어이 없다. 과연 인식 전환이 대졸자를 환경미화원으로 몰았을까?

 대졸자가 갈 곳이 없으니 환경미화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대졸 실업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뭔들 못하겠는가? 심지어 대학까지 졸업했으면 그 동안 들어간 돈이 얼마인가? 편견때문에 폼 잡고 사는 것보다 생계가 우선 아닌가? 

 대졸 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은 노동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것은 학력인플레이션 때문이다. 학력인플레이션은 대졸자와 고졸자 간의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결국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성은 떨어지면서 개인적, 사회적 비용만 들어간다. 그 이익은 대학과 학원만 챙긴다.

 정부는 국민의 대학 입학 열망을 대학 양산으로 만족(?)시켜주었고, 그 결과 대졸 실업자 양산을 낳았다. 그러다 보니 이젠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어디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그리 쉬운가?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되었다.

 정부는 국민의 대학 입학 열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대학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대학 나온 사람들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어야 했다. 고졸 학력만으로도 '경제적으로는' 먹고 사는데 지장없도록, 기본적으로 주택, 의료, 교육 문제만 제대로 해결해 주었으면 공부에 취미 없는 학생들이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고 우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대학같지 않은 대학이 얼마나 많은지 입시 지도를 해 본 사람은 안다. 분수식도 모르는 학생이 컴퓨터 공학과에 가고, 미적분이 뭔지도 모르는 학생이 경제학과에 간다. 한문으로 자기 이름도 못 쓰는 학생이 역사학과에 간다. 왜 그들을 대학에 보내야 하는가? 왜 경쟁력 없는 대학과 학원을 먹여 살려주는데 개인과 국가가 비용을 들여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등록금 반값이 아니라, 고졸자 고임금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 시험에서 고졸자 할당제를 시행해 파격적으로 많이 뽑아서 대우해 주고, 특성화고 출신 고등학생들이 고임금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기업과 연계해 주고, 고졸자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들을 만들어야 한다. 고졸자의 정규직, 고임금 체계 정착만이 대졸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의 고등학생들을 봐도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굳이 애써 대학에 가서 '명예와 권력까지 갖는 엘리트가 되고 싶다'는 학생 별로 많지 않다.  '경제적으로 걱정하지 않고 취미 생활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학생이 더 많다. 그들을 굳이 애써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대학같지 않은 대학으로 몰 필요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