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정치가 산으로 가고 있다
탈세를 목적으로 한 페이퍼 컴퍼니는 들어봤지만, 표심을 교란시키기 위한 페이퍼 정당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당이란 정치적 신념을 중심으로 결성된 조직이며, 당원과 정강과 정책이 있다고,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선거에서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정강, 정책을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교과서를 구성할 때에도 '당연히' 그렇게 썼다. 최근 학생용 선거 교재를 만들 때에도 똑같이 그렇게 썼다. 선거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정당과 공약과 후보자의 자질이라고... 그런데 이제 그렇게 가르칠 수 없을 것 같다. 페이퍼 정당이 버젓이 등장하여 정당 정치의 판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국회의원 말 마따나 헌정사에서 다시 볼 수 없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야기할 때부터 조금 의심스럽긴 했다. 거대 정당들 입장에서 별로 유리할 게 없을 거 같은데 이 사람들이 웬일인가 했다.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이리저리 찾아가며 공부했고 학생들에게는 정당의 과소대표나 과대대표가 되는 것을 줄일 수 있으며,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가르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안 될 거 같다. 꼼수와 잔머리의 제왕들인 거대 정당의 수뇌들이 페이퍼 정당들을 모아 간판 달고 그 거대 정당 사람들을 밀어 넣어놨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정치란 정의를 지향하며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네 정치판은 권력을 지향하며 이를 위해 불법과 편법과 탈법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게 웬만해야 반면교사가 되지, 학생들이 보고 배울까 무섭다. 한번도 제대로 된 정치판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선거에 앞서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꾸더니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 정당을 만들어서 유권자들을 호도하자, 이를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둘 다 하는 짓이 가관이다. 도대체 그 정당에는 어떤 정당들이 연합했다는건가 들여다 봤더니 다 페이퍼 정당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자기들 거수기 역할 해 줄 만한 사람들 모아 놓고 정당 간판 달아준 거다. 어느 나라에서 정당이 이렇게 만들어질까? 이런 정당을 가지고 정당정치 한다고? 항상 부끄러움은 시민들의 몫이다. 학생들에게는 정당정치를, 선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한단 말인지... 보고 배울까 무섭다. (코로나만 아니면 시민들도 지금 이 따위 정치 행태에 가만있지 않을거 같은데... 코로나 뒤로 심어서 상상을 초월한 탈법적인 행위들을 하고 있다. 정치꾼들은 또 코로나를 이렇게 이용해 먹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