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봐 주고, 술 취했다고 봐 주고, 심신 미약 상태라고 봐 준다. 우리 사회는 폭력에 너무 관대하다. 이유불문, 털 끝 하나라도 악의적으로 건드렸다면 용서해서는 안 되는데, 어찌 이럴 때에만 자비심이 넘치는지 참 궁금하다. 그렇다보니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묻지마 폭력... 참 종류도 다양하다. 본질은 하나이다. 강자가 약자를 대상으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갑질도 위계가 본질이 아니라 폭력이 본질이다. 폭력에 관대한 사회가 아니면 결코 갑질이 이렇게 자행되지 못하리라.
인간이 절대로 행해서는 안 되는 짓이어야 하는데, 워낙 폭력에 관대하다보니 웬만한 폭력은 폭력 축에 끼지도 못한다. 중학생 하나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는 데에도 아직도 학교에서는 학폭위가 열리면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폭력이 행사되었다면 이유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큰 처벌이 행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적당히 타협(?)하길 바란다. 타협이란 평등할 때에 가능한 것이지 이미 힘의 질서가 깨졌다면 타협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타협하란다. 법에서는 합의하란다. 어차피 법으로 가 봐야 몇 년 살지도 못하니 돈이나 적당히 받고 끝내라니... 게다가 너도 같이 때렸으니 - 막느라 밀치기라도 하면 쌍방 폭행이란다 - 자유롭지 못하단다.
인천에서 다문화 가정의 중학생 소년이 폭력을 당한 채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현장에서 그 소년을 폭행한 동급생 소년 소녀들은 이목이 쏠리니 당황스러울 뿐 별로 죄의식은 없는 듯 하다. 죽은 소년에게 빼앗은 점퍼를 입고 경찰 조사에 응하며 한다는 말이, 바꿔 입은 거란다. 아, 진짜 돌겠다.
인권 의식이 신장한 사회라면서 여전히 대로 한 복판에서, 학교에서, 아파트 옥상에서, 경비실에서, 백화점에서, 회사에서, 식당에서 폭행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웬만한 폭행은 뉴스꺼리도 되지 않는다. 누구 하나가 죽어야, 그것도 권력의 위계가 있는 갑질 폭행 정도는 되어야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제발 포커스가 위계가 아니라 폭력에 맞춰지길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절대 행사되어서는 안 되는 짓. 우리 사회의 금기 중 하나가 될 때에 우리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으리라. 때리고 죽이는 게임, 때리는 스포츠도 19금으로 제한해야 한다. (솔직히 나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폭력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다. 그냥 그 자체를 엄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호주였던가, 한국에서는 사고뭉치였던 녀석이 호주로 이민을 가서 연락을 해 왔기에, 너 거기에서도 힘자랑 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니 그 녀석이 말했다. "선생님, 여기에선 배치기만 해도 퇴학 당해요. 싸움 절대 못해요."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혹시 여전히 남아 있는 힘 중심의 남성 문화 때문은 아닌가? 아, 나 또 메갈이라고 욕 먹겠다. 그런데 이렇게 폭력에 관대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가운데에는 힘을 숭배하는 남성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으니 원. 나의 편견인가. 언제까지 다 봐 줄 셈인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야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폭력으로부터 약자들을 보호할 수 있단 말인가?
폭력에는 민형사상으로 강한 제재가 따른다면 일정 수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폭력 정치라고? 애를 학교에 보냈는데 폭력때문에 자살하게 만드는 사회보다는 차라리 사람 때리면 집안 망하고 평생 감옥에 있을 수도 있는 사회에서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다문화 가정 소년의 죽음이 너무 억울하고 슬퍼서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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