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크레인 사고 뉴스를 보며

사회선생 2017. 10. 13. 22:09

공사장에서 크레인이 부러져 근로자 수 명이 죽고 다쳤다. 그런데 엉터리 부품때문이란다. 엉터리 부품으로 교체한 이유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였고...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사건을 보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가 맞는지 회의가 든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실현되기에는 너무 요원한 것 같아서다. 내가 너무 꼬여서 정치적으로 현상이 보이는 걸까? 

만일 크레인에 그 건설회사 회장이 오를 예정이었다고 해도 부품을 대충 교체했을까? 만일 내 자식이 늘 그 위에서 일을 하는 근로자라도 순정 부품 기다릴 시간 없으니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서 끼우라고 했을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건설현장의 크레인 사고에서 나는 우리 사회의 두 가지 문제가 보였다.  첫째는 사람을 차별한다는 것. 둘째는 사람보다 돈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안전불감증이라고 하지만 안전불감증에도 그 두 가지가 내재돼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절대적 가치로 여긴다면, 돈보다는 사람이 훨씬 귀하다고 여긴다면 혹시라도 사고가 날 가능성을 치밀하게 생각하며 행동하는 안전지상주의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그냥 사고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차도 돈 아끼려고 순정 부품 안 쓰고 사제 부품 쓴다고 그러다가 교통 사고 난 것에 불과하다고... 그런데 그건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 개인이 순정 부품비 아껴 다른 곳에 쓰든 말든 결국 그 이익이나 손실이 모두 자신에게 귀결된다.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책임진다. 그런데 공사 현장에서 기업이 생산비를 아끼기 위해 근로자들이 쓰는 위험한 기계를 '별 문제 없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순정부품보다 싼 부품으로 만든 기계에서 일 한다고 근로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자칫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의 목숨을 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내가 하고, 이익도 내가 보는데 책임은 쟤가 지는 것은 옳지 않다. 명백한 차별이다.  

이런 일 아니어도 세상 살다 보면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이 너무 많다. 제발 내 자식이, 내 부모가 일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목숨과 안전은 좀 지켜주자. 누군가의 무지와 우리 사회의 구조가 맞물려 일어난 사고같은데... 정말이지 이런 사고 소식은 듣고 싶지 않다. 촌스러운 말이 아니라 진리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난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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