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누굴 뽑을거냐 하면

사회선생 2017. 5. 9. 20:30

"얘들아, 내일 대통령 선거일이라 또 쉬네... 선거하는 사람만 쉬고, 너희들은 학교에 나와서 공부해야 되는데... 그렇지? 투표하러 갈 것도 아닌데 학생들까지 쉬게 하는건 아닌거 같다." 내가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면서 도발(?)을 하자 학생들이 야유를 하며 우문현답을 한다. "에이 선생님, 저희도 뉴스 보면서 선거 공부해야 돼요. 그래야 나중에 투표 제대로 하죠." 그리고 묻는다. "선생님은 누구 뽑으실거에요?" "아, 얘들이 아직도 날 모르네.. 내가 말했지? 난 공적인 자리에선 사적인 얘기 안 한다고." "대통령 누구 뽑는지가 사적인 얘기 아니잖아요." "개인의 정치적 취향을 묻는건 사적인거지. 대통령이 누가 될지 예측해 보라는 것과 당신이 누굴 뽑을거냐를 묻는건 아주 교묘하게 공과 사로 나뉜다. 자, 자,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질문하지 마시고! 수업하자."

어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며 나도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건지 잠깐 생각해봤다. 정치적 신념과 행동이 표리부동하지 않은 사람, 인권의 경계를 넘어 환경과 동물권까지 생각하는 사람, 모순되는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 사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중시하는 사람, 고교 의무 교육과 평준화를 지향하는 사람을 뽑겠다. 사표가 되든 안 되든 나도 나의 신념대로! 

 

대통령 선거가 재미없긴 하다. 문재인이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다보니 지금 온갖 사회 인사들이 그 아래 줄 서서 대기 번호 받으며 자리 하나 얻으려 줄 서 있다고 한다. 하긴 한 사람은 함량미달로 보이고, 한 사람은 제정신 잃은 막가파로 보이는데 당연히 문재인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진보정당에서 권력을 잡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언론에서도 문재인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 차기 대통령이 분명한데 공연히 건드렸다가 나중에 불똥 튈까봐 - 조심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만 그렇게 느끼나?) 그가 너무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이 되면 홍위병들이 설칠까 두렵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 역시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다. 권력에 도취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압도적으로 당선된 사람들이었다. 또 그가 다수의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순적인 공약들이 남발되었다는 것도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이기기도 하다. 인기영합성 공약이 많다고나 할까. 일자리 창출하겠다 그러는데 어떻게를 물어보면 이런 식의 답이 대부분이다. 국민과 함의해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정책 전문가와 논의해서... (주관식 답안지도 그런 식으로 쓰면 다 틀린 답이건만!)  

안철수는 초등생 수준의 어법으로 감정 조절 못한 토론도 토론이지만, 그걸 탓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개혁 대상자들을 거느리고 다니며 개혁하겠다고 해서 처음부터 신뢰감을 주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박지원, 정동영, 손학규, 김한길  같은 사람을 거느리고 다니며 개혁한다는 것인가? 선거 전날 TV에 손학규가 나와서 후보 지지 연설을 하는데... 속으로 생각했다. '안철수는 여론 조사보다 더 낮은 득표율을 얻겠구나. 네모난 삼각형을 만들겠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있네.' 그건 개혁보다 권력획득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홍준표는 지금 자아도취 상태인 듯 하다.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그러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정상으로 보이질 않는다. 돼지 발정제 건도 용서하기 힘들지만, 그건 과거지사라고 넘긴다쳐도 그의 공약들은 대부분 정치를 다시 과거로 회귀시켜 버리겠다는 것 같다. 기업중심,성장중심의 프레임은 지금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들어보면 완전히 자유주의 입장도 아니다. 국가주의같은가 싶은데 그것도 아니고... 어떤 이념 논리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과장된 연기와 막말로 작전을 감정을 자극하는 작전을 짜서 그런지 빨간 색만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우리네 전쟁 경험 세대들을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걸로 끝! 


이번 선거에서는 대통령이 되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정당들이 추후의 존립 근거와 차기 선거를 생각하는 듯 하다. 선거에서 2등은 없다. 정의로운 2등보다 부정의한 1등이 낫다고 선거판에서는 이야기한단다. 그러나 정당의 존립과 차기를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이 말이 사라져야 할 것 같다. 제발 앞으로는 부도덕한 진보와 자신의 기득권을 십원어치도 희생하지 않으려는 보수들은 볼 수 없게 되기를. 그들은 진정한 진보와 보수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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